SUV는 공공의 적? 독일의 억제책 성공할 수 있을까

2019-08-14 10:11:34

‘자동차와 이산화탄소’ 이제 우리도 사회 문제로 끄집어내야 할 때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독일에서 올해 처음으로 SUV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1년에 300만 대가 넘는 신차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니 전체의 약 1/3이 SUV인 셈이다. 왜건과 해치백으로 대표되던 이곳에서 SUV 판매량 100만 대는 상징적인 숫자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 주도권이 SUV 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SUV가 대세로 자리 잡기 전부터 독일에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했다. ‘이기적인 자동차’라며 덩치 큰 SUV의 도심 도로 점령을 침략쯤으로 보는 그런 날 선 시선들 말이다. 하지만 최근 SUV를 향한 비판, 우려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 “더 강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탱크 모델”

최근 독일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SUV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야당 쪽이 특히 비판적이다. 정당마다 내놓는 SUV 억제책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경’에 더 해롭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진격을 늦추거나 멈추게 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좌파당(LINKE)에서 교통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정치인은 SUV를 가리켜 ‘더 강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탱크 모델’이라고 했다. 여당인 기독교 민주연합(CDU)과 연정을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SPD) 교통 정책 담당자는 벨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SUV는 작은 차와 비교해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습니다. 하지만 현재 여러 가지 이유, 그러니까 높은 좌석, 우수한 견인 능력, 오프로드 능력 등의 이유로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사회민주당은 EU 차원에서 SUV 판매를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요구에 자동차 회사들이 기술적으로 대응해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좌파당의 경우 특히 SUV가 많이 팔리는 것은 세제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독일 법인 자동차의 80%가 SUV인데 세제 혜택을 없애면 법인 차의 SUV 쏠림 현상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겁고, 과도한 출력으로 무장한 SUV는 기후 보호라는 당면 과제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SUV 운전자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당의 경우 배출가스가 많은 차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주행거리가 많은 차,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차에게 더 비용을 물려야 한다고 했다.



◆ 보너스-말루스 제도 요구하는 환경청

이런 정치권의 주장에 독일 연방 환경청도 목소리를 더했다. 프랑스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보너스-말루스(Bonus-Malus)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자동차는 세제 혜택(보너스)을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정량 이상이면 부담금(말루스)을 물리자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한 가지 예를 들었다. BMW X5 디젤 (M50d, CO2 배출량 : 181~190g/km) 400마력 모델의 자동차세는 475유로이고, 340마력의 X5 가솔린 모델(CO2 배출량 : 183~203g/km)은 연간 236유로를 자동차세로 낸다. 두 모델 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런데 116~122g/km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BMW 320d의 자동차세가 238유로다. X5 가솔린 모델보다 더 많이 내는 것이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자동차세 개편하면 SUV나 덩치 크고 무거운 차들은 세금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독일 환경청은 디젤유에 적용되었던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까지 요구했다. 디젤 비중이 큰 대형 SUV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한 자동차 전문가는 디젤 세금을 올리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고, 이산화탄소세가 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우리나라 환경부도 보너스-말루스 제도를 수년 전부터 도입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환경부의 외부 용역 결과에서도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차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오염자부담원칙을 적용해 물려야 한다고 했다. 또 기존 조세와 충돌 문제도 없기 때문에 중복부과 논란도 없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 내용이었다. 입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현재 이 논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제조사의 반발이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

가장 최근 독일에서는 또 다른 의견이 나왔다. 자동차 부가세를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아우토모빌보헤는 전 연방환경부장관 클라우스 퇴퍼의 발언을 소개했다. 클라우스 퇴퍼는 부가세 차등 적용이 필요하며, 이는 ‘SUV 세금’이라고 했다. 직접적으로 SUV를 겨냥한 발언이다.



◆ 친환경 여론 형성과 기술 유도 방향으로 가야

이처럼 SUV에 일종의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CO2 과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며, 자동차 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제외하고 미래를 논할 수 없는 핵심 산업 중 하나이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든 CO2 줄이기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세금을 건드려야 한다는 점이다. 벌써 관련 기사 댓글에는 이런 정책 제안에 반발하는 독일 시민들 목소리가 많다. 환경오염을 우려하고 해법을 함께 찾고자 하지만 자동차세, 유류세, 부가세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에는 저항이 따른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SUV가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이를 SUV 운전자나 구매 고려 중인 잠재 고객들이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높은 마진을 주는 SUV는 효자 자동차다. 죽을 쑤던 자동차 회사들이 SUV를 통해 기사회생했거나 반전을 꿈꾸고 있다. 운전자들 역시 SUV가 주는 편익을 외면하기 어렵다. 소형 해치백은 소형 SUV로, 대형 세단은 대형 SUV로 대체되고 있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야 하는 현재 기술로는 최저지상고를 높인 SUV가 전기차 시대 제1의 선택지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SUV의 지배력은 더 커질 것이다.

결국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은 친환경적인 SUV들이 빨리, 많이 등장하는 일이다. 친환경 SUV를 내놓는 제조사에게 혜택을 주고, 그런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도 부담금보다는 혜택을 주는 쪽에 무게를 둔 정책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먼 독일의 예를 들었지만 CO2는 세계적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이산화탄소’ 이슈를 이제 우리도 사회 문제로 끄집어내야 할 때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 논의의 중심은 환경이어야 한다. 이는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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