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너무 비싸져서 안 산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전부일까?

2019-08-09 10:07:35



카셰어링과 경차 판매량,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경차는 뛰어난 경제성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차급입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경차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실제로 경차 판매는 해마다 줄어 2018년 경차 판매량은 2014년의 거의 ⅔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15년에 스파크와 모닝의 피나는 할인 경쟁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두 차종 모두 판매량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 경차 판매 감소의 원인

그렇다면 왜 이전보다 경차 판매가 급감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로는 차량 가격입니다. 점점 강화되는 안전 규제로 인해 경차에도 각종 안전 장비가 추가되면서 경차는 1천만 원을 훌쩍 넘겨 풀옵션은 천만 원대 중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불과(?) 10년 전에는 풀옵션을 선택해도 1천만 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죠.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경차는 수익성이 낮은 차종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비를 투자하고 신제품 개발에 나설 요인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신차 개발 주기가 길어지고,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보다는 판촉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잦습니다.



반면 2014년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소형 SUV는 다릅니다. 워낙 SUV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데다가 SUV 특유의 강인하고 안전한 이미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안전 장비를 추가한 경차를 살 바에는 돈을 더 보태서 크기가 더 큰 소형 SUV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경차와 소형 SUV는 엄연히 차급 차이가 나는 만큼 가격도 차이나지만 ‘무리해서라도’ 소형 SUV를 구매하는 것이죠. 실제로 상관관계 분석을 해보면 소형 SUV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차종이 경차와 같은 인접 차급으로 소형 SUV의 판매량이 상승하기 시작한 때와 경차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때가 일치합니다.



◆ 그게 전부일까? 카셰어링 가설

이러한 분석들은 분명 일리가 있고 경차 판매 감소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산업 내에서의 관점입니다. 어쩌면 조금 더 넓은 통합적인 모빌리티 관점에서 시장이 변화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거나, 젋은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관점 자체가 변화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셰어링과 같은 공유경제, 모빌리티의 영향 때문에 말이죠.

혹시 자동차 소비자들이 경제성이 최우선시 될 때는 카셰어링 같은 대안을 이용하는 대신, 차를 정말 사야 하거나 살 수 있을 때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더 크고 좋은 차를 사는 건 아닐까요? 점점 자동차의 구매 이유에 순수한 이동 목적의 비중은 작아지는 대신 공간 혹은 고급감과 같은 감성적인 이유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죠.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한 “하차감”이라는 표현도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량 구매 시기의 변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사회 초년생들이 생애 첫차로 경형~준중형 차급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는 사고 싶은데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카셰어링이라는 대안이 생긴 지금은 굳이 사회 초년생 때 무리해서 차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출근은 지옥철일지라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놀러 갈 때나 데이트할 때만 탄다면 언제든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결혼을 하고 나면 다릅니다. 이 정도가 되면 카셰어링도 번거로워 차를 구매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카셰어링이나 택시가 자차보다 저렴할지 몰라도 귀찮고 불편합니다. 확실히 내가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차량이 주차장에 있는 것은 렌트를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게 편리하고 렌트를 하거나 차량을 호출하거나 차량에 탑승하기까지의 시간과 수고는 어쩔 수 없으니까요.

이 때 차를 산다면 아직 아이가 없더라도 앞으로 아이가 생길 것을 고려해야 하므로 공간 활용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간 활용도를 고려하면 신혼부부의 선택으로 경차는 고려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사회 초년생 때보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됐기 때문에 더 크고 좋은 차에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더 신경이 쓰이고요.

다시 말해 이전에 경차~준중형을 구매해서 타다가 상위차급으로 넘어가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경차~준중형 단계를 카셰어링 같은 대안으로 대체하고 바로 소형 SUV나 중형차를 구매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가장 대중적인 국민 차급이 경차, 소형차였다면 이제는 중형차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2018년에는 20-30대 젊은 층의 신규 등록 차량 대수가 감소세로 전환된 것도 마찬가지고요.



◆ 자동차의 사치재(?)화

물론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경차 구매 고객의 나이별 구성에 변화가 생겼는지, 생애 첫차를 사는 나이가 과거보다 높아졌는지, 과거에는 경차를 구매하던 고객이 요즘에는 정말 경제성 있는 대안으로 카셰어링과 같은 공유 경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카셰어링과 같은 공유 경제는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우리 삶에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삶이 변하면 상품의 구매 트랜드도 변화하기 마련이니 이러한 사실이 분명 자동차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경차 판매 감소 원인이 카셰어링 때문만이라고 말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카셰어링이 경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에 이 가설이 맞다면 앞으로 카셰어링 등 자동차 소유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발달할수록 자동차의 고급화가 심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를 이동을 위해 사는 경우보다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사치재이자 감성적인 수단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질테니까요. 앞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이러한 소비자 변화의 흐름에 맞는 상품들이 등장할지, 아니면 이러한 흐름을 바꿀만한 혁신적으로 경제적인 상품이 등장할지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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