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승차 공유업체에 막대한 돈 쏟아붓는 진짜 이유

2019-04-12 09:08:19



현대차는 왜 승차 공유업체에 투자할까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현대차는 지난 1월 CES 2019에서 전동화(E-Mobility),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3대 키워드로 내세운 이른바 ‘ECO’ 전략을 발표하고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서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ECO전략 중 오픈 이노베이션은 현대차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핵심 키워드로 꼽힌 배경에는 자동차 제조와 사용이 더 이상 별도의 영역이 아닌 통합된 하나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는 급격한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는 완성차 회사들도 제조업에 머물러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고, 여기서 더 나아가 통합적인 이동(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 MasS)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의 DNA인 수직 계열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파트너들과 유연하고 빠른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 모빌리티 플랫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

현대차는 효과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방법의 하나로 “투자”를 선택했고 특히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앞으로 향후 5년간 총 45조 3,000억원을 투자해 미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차량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6조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현대차는 동남아시아의 절대 강자 그랩에 2억 7,5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인도의 올라에 3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인도의 차량 공유 업체 레브에 1,230만 달러, 한국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 225억 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적대적 M&A가 아닌 이상 투자는 자금만 있다고 무작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받는 대상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에게는 투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투자받는 기업이 누구에게 얼마나 투자를 받을 것인가를 고르기도 합니다. 현대차가 최근 유력한 모빌리티 플랫폼들에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들 역시 현대차를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현대차의 투자 목적 두 가지

기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재무적 투자와 전략적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의 의도 역시 이 두 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는 말 그대로 투자를 통해 배당 이익이나 차익을 실현할 목적의 투자입니다. 이러한 모빌리티 플랫폼 대부분은 아직 적자 규모가 큰 만큼 배당 이익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지분을 조기에 획득함으로써 향후 지분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3월 29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는 누적 적자가 3조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첫날 공모가 이상으로 안착했습니다. 리프트의 성공적인 IPO로 인해 기존 리프트의 투자자인 라쿠텐, 구글(캐피탈 G), GM 등은 기존 보유 주식의 가치를 매입가 이상으로 시장에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리프트 주식은 상장 첫 날 이후 지속 우하향 중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우버의 상장 준비 소식 때문으로 꼽힙니다.

리프트의 IPO와 우버의 IPO 준비는 금융 시장의 자본이 모빌리티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과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야후, 알리바바 등 IT 기업의 초기에 투자해 엄청난 규모의 시세 차익을 얻었던 사례들이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현대차 역시 선제 투자한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또 다른 미래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략적 투자의 관점입니다.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를 위해서는 기존의 판매망, A/S 망 이외에 이동을 위해 사용자들과 접하는 플랫폼이 필수적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제조업 DNA가 우선시 되는 현대차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당장 현대차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잘하는 회사들과 같은 배를 타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하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투자입니다. 투자가 이루어지면 빠르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협력 모델을 고안할 수 있습니다. 최근 현대차는 그랩에 코나 EV를 공급하고, 그랩은 코나 EV를 파트너 드라이버에게 대여하는 협력 모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을 통해 현대차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장기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이 자동차의 주요 수요처로 떠오르게 된다면, 투자로 맺어진 끈끈한 비즈니스 관계는 경쟁 우위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버, 그랩, 올라와 같은 한 지역의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에 투자한 것이 현대차 뿐은 아니라 경쟁 우위가 아니라 생존의 필요 요건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죠.



데이터 역시 현대차가 기대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고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광범위한 데이터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확보한 사람과 물류의 이동 흐름/강도에 대한 데이터는 당장 시장을 이해하는데도 용이하지만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핵심적인 데이터입니다. 자율 주행차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실제 운행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테스트카를 통해서만 얻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며, 고객에게 판매한 차량을 통해 얻는 것 역시 정보 보안을 고려하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의 드라이버들을 통해 이러한 데이터를 얻기는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합니다. 거기에 이들은 일반적인 소비자에 비해 단기간에 많은 주행거리를 운전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쌓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자사의 자율 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모빌리티 플랫폼들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면서 공동으로 데이터 수집에 나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모빌리티 비즈니스에 대한 노하우를 가까이서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만큼 투자자로서 모빌리티 플랫폼들의 현안과 비즈니스 수치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모빌리티 플랫폼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인력들과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고 더 나아가 이들을 현대차에 합류시킬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가 과거 피터 슈라이어부터 최근 알버트 비어만, 루크 동커볼케와 같은 인물들을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투자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협력을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을 내재화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죠.



◆ 국내에는?

현대차의 모빌리티 플랫폼 투자는 국내의 물류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부릉)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외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현대차가 국내 투자에 인색해서라기보다는 아직 적합한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현대차도 과거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금은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된 승차 공유 플랫폼 럭시에 2017년 50억 원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카풀-택시 업계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지분을 정리했습니다. 이후 현대차는 우선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향방을 지켜보면서 숨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최근 대타협 이후 택시 시장 위주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택시 플랫폼을 운영 중인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미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현대차가 투자에 참여할 만한 틈이 그다지 보이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현대차는 우선 카카오의 인공 지능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인 카카오i 를 신차에 적용하면서 협력 관계만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카카오 모빌리티 외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인하면 현대차 역시 언제든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의 투자에 뛰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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