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입차는 그대로인데 국산차 가격은 쭉 오를까요?

2017-08-11 09:47:24



자동차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이유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언제 이 차가 이렇게 비싸졌어?’

오랜만에 새 차를 구입하려고 알아보던 지인이 가격표를 보고 제일 먼저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의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자동차의 가격은 왜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일까요? 혹시 우리가 자동차만 유독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자동차가 다른 제품들보다 많이 오른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가를 알아봅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델인 쏘나타를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 현대 쏘나타 뉴 라이즈의 가격은 2,255~3,253만원입니다. 2010년 YF 쏘나타는 1,992~2,992만원이었고, 2005년 NF 쏘나타는 1,689~2,699만원, 그리고 2000년의 EF 쏘나타는 1,189~2,635만원이었습니다. 20년 전의 쏘나타 3는 1.8 수동 1,058만원부터 2.0 DOHC 골드 자동 변속기 모델의 1,580만원까지로 가격이 지금 경차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과거의 모델들은 엔진도 지금보다 작고 출력도 약했으며 수동 변속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형일수록 기본 사양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격표 상의 가격으로만 비교한다면 지난 20년 동안 쏘나타의 가격은 대략 2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화폐 가치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품의 원가입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면 그것은 마진이겠지요. 먼저 우리나라의 화폐 가치를 알아봅시다. 화폐 가치는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과거에 100원이 오늘날의 몇 원과 맞먹는가를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정보입니다. 쏘나타 2가 나온 1996년을 기준으로 2017년의 화폐 가치는 1.823입니다. (http://kostat.go.kr/incomeNcpi/cpi/cpi_ep/2/index.action?bmode=pay)



이렇게 따지면 쏘나타의 경우는 가격 인상의 요인이 거의 대부분 화폐 가치의 하락에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지금 쏘나타 뉴 라이즈의 엔트리 모델은 2.0 cvvl 자동 변속기 모델이고 가격은 2,255만원입니다. 1996년 쏘나타 3의 자동 변속기 엔트리 모델은 1.8 GL DLX 자동 변속기 모델이고 가격은 1,173만원입니다. 이것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2,138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12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만일 제품 자체를 비슷한 것으로 고른다면 쏘나타 3 2.0 DOHC 자동 모델을 골라야 하는데 가격은 1,380만원이고 오늘날 화폐 가치로는 2,516만원입니다. 오히려 지금의 쏘나타가 싼 셈이 됩니다. 즉, 자동차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는 ‘같은 기간에 수입차 가격은 많이 내렸잖아요’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수입차는 액면 가격 자체가 내린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화폐 가치를 고려하면 가격이 상당히 많이 내린 셈입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환율이 일정 부분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고려하면 실제로 수입차 가격은 많이 내린 것이 사실입니다. 가격이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관세청에서 수입 가격 인하의 이유로 인정하는 것은 단 하나인데 그것이 바로 물량 증가로 인한 인하, 즉 ‘볼륨 디스카운트’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자동차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은 아니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더군요. 실상은 작은 차일수록, 그리고 대중적인 브랜드의 자동차일수록 가격 인상폭이 컸습니다. 소형차인 현대 액센트를 예를 들겠습니다. 1995년 액센트는 520~681만원이었습니다. 현재의 액센트는 1,142~1,505만원입니다. 현재의 액센트가 오랫동안 모델 변경 없이 최근 가격을 내린 노후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액센트의 가격 인상폭이 쏘나타보다는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소형차와 대중 브랜드가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상대하는 시장이 가격에 더욱 민감한 계층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더 가파르게 올릴 수밖에 없었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사양의 고급화입니다. 30년 전에도 고급차에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시스템은 스로틀 밸브를 별도로 조작하는 복잡한 기계적 기구와 전자 회로가 필요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하지만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즉 전자식 스로틀 밸브가 대중화된 지금은 간단한 소프트웨어와 스위치만으로도 크루즈 컨트롤을 가질 수 있습니다. 즉 고급차에게는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 것이고 대중차에게는 작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예는 앞으로 자율 주행 기능과 능동 안전 장비, 그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 대중차에게도 보편화되면서 더 자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에 럭셔리 브랜드들이 더욱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도 원가에 대한 부담이 작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법규의 강화입니다. 각국의 안전 법규와 환경 법규는 나날이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조금 약해도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를 대가로 선택할 수 있었던 저렴한 소형차들도 이제는 강화된 안전 규정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게다가 에어백을 시작으로 ABS, TPMS(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 ESC(주행 안정 장치) 등의 안전 장비들이 법으로 의무화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비상 자동 제동 장치, 즉 AEB도 뒤를 따를 예정입니다. 이런 장비들도 고급차에게는 이미 선택 가능했던 경우가 많았지만 대중 브랜드들에게는 새로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 브랜드들이 택할 수 있는 대책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입니다. 대중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지요. 하지만 작게라도 모든 모델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원가의 절감입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하여 원가절감을 하는 것이 이전의 상식이었다면 21세기 들어 자동차 제작사들의 원가 절감은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덕분에 사양은 좋아졌지만 품질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그 부작용이었습니다.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을 지키기 위해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하는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모듈형 플랫폼 정책입니다. 이전에는 차량의 등급에 따라 다른 플랫폼과 부품을 사용했지만 모듈형 플랫폼은 소형부터 대형차까지 같은 플랫폼과 같은 부품을 사용하는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즉 품질은 낮추지 않으면서도 대량 생산을 극대화하여 단가를 낮춘 것이지요. 대형차용 고급 부품을 소형차도 사용할 수 있게 된 부수적 혜택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었습니다. 대중 브랜드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높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프리미엄 제품을 지향한다’는 말입니다. 르노삼성의 SM6도 내외장의 고급화로 고급 모델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인포테인먼트와 능동 안전 장비 등에 큰 원가 부담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폭스바겐 파사트를 시작으로 포드 몬데오, 오펠 인시그니아 등의 대중적 중형 세단들이 더 이상의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프리미엄 마케팅과 함께 차량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정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바로 ‘니어 럭셔리’ 전략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하여 더 많은 대수를 생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작은 차를 만들기 시작하고 저렴한 모델들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고수하던 희소성의 원칙은 무너집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습니다. ‘매스티지’, 즉 대중적이라는 뜻의 매스(mass)와 고급이라는 뜻의 프레스티지(prestige)가 합쳐진 신조어인 것입니다.

시장은 뒤죽박죽이 되어갑니다. 니어 럭셔리냐 매스티지냐, 이것이 고객이 원한 선택일까요?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더욱 중요한 시대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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