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한 운전면허증 꼭 발급해야 하나

2019-10-08 09:56:13

당신의 운전면허증, 안녕하십니까?

“운전면허증은 면허를 땄다는 확인증에 불과하다. 도로에서 사용할 일이 거의 없고, 소지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다. 과감히 없애거나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지금 자신의 운전면허증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보자. 지갑, 장농, 대시보드 등 여러 곳에 있을 텐데, 아마 갖고 다니지 않은 사람이 상당수라고 본다. 가지고 있더라도 운전면허증을 용도에 맞게 써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교통 단속에 걸리면 면허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법규 잘 지키고 운전하면 이마저도 경험할 일이 없다. 대부분 운전면허증은 신분증 대용으로 쓴다. 신분증으로라도 쓰인다면 역할을 다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주민등록증이 있으니 신분 확인은 부수적 역할에 그친다.

면허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중 상당수는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다. 면허증 소지 의무는 없어진 지 오래다. 2008년 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2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소지 의무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도로교통법 제 92조 제1항에는 ‘자동차등을 운전할 때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운전면허증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고 나와 있다. 제2항에는 ‘운전면허증 등 또는 이를 갈음하는 증명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거나 운전자의 신원 및 운전면허 확인을 위한 질문을 할 때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아래 두 규정에 따라 범칙금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제 162조 범칙행위 관련해서 ‘범칙행위 당시 제 92조 제1항에 따른 운전면허증 등 또는 이를 갈음하는 증명서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경찰공무원의 운전자 신원 및 운전면허 확인을 위한 질문에 응하지 아니한 운전자’는 제외한다. 제 155조 ‘제92조 제2항을 위반하여 경찰공무원의 운전면허증 등의 제시 요구나 운전자 확인을 위한 진술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사람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요약하면 면허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처벌은 받지 않지만, 신원 및 운전면허 확인을 위한 질문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라는 뜻이다. 주민등록번호만 불러 주면 현장에서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면허증이 없어도 된다. 조회를 피하고자 침묵하지 않는 이상 면허증이 없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소지해야 하지만 없어도 되는 상황이다 보니 면허증이 과연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단속이 빈번해서 면허증 없으면 불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설사 단속이 많다 해도 주민등록번호만 불러주면 되니 딱히 번거롭지도 않다. 무면허 운전자 단속도 면허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운전면허증의 역할은 면허를 땄다는 확인증에 그친다.

우리나라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3200만 명에 이른다. 연간 취득자 수는 50만 명에 육박한다. 재발급이나 적성검사 등으로 새로 발급받는 수까지 합치면 면허 발급은 더 늘어난다. 발급이나 면허증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사용률이 극히 떨어지는데 취득 확인증 역할밖에 못 한다면 낭비다. 잃어버리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



요즘은 모바일 시대여서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영수증도 종이에서 모바일 영수증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플라스틱 카드류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휴대폰에 담아 휴대폰만 소지하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멤버십 카드는 플라스틱 실물 카드가 거의 사라졌다.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되면서 신분증마저 챙기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운전면허증 소지를 더욱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다행히 운전면허증도 모바일화가 진행 중이다. 경찰청과 이동통신 3사가 업무 협약을 맺어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내놓기로 했다. 특정 앱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깔아 실물 면허증을 대신한다. 실물 운전면허증을 앱에 등록하면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실물 면허증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유 서비스 신분 확인 등에 응용하는 등 활용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보안이나 민간사업자가 개인 정보 담당, 일부 업체 독점 등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쓸모없는 운전면허증에 변화를 줬다는 데 의의가 크다. 문제점은 보완해 나가며 확대해 나가야 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물 운전면허증이 공존하는 만큼 운전면허증을 활용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강구해야 한다. 지난 9월부터 영문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전 면허증과 다른 점이라면 뒷면에 영문 정보가 들어간다. 영문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면 전 세계 33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 없이 운전할 수 있다. 국제 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1년이라 해외에 자주 나가는 사람은 번거로웠는데, 영문 운전면허증이 불편함을 덜어준다. 운전면허증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사례다.

있으나 마나 한 운전면허증은 없는 게 낫다. 모바일로 대체하든가 새로운 활용도를 찾든가 해야 한다. 그동안 쓸 일도 없는데 발급을 너무 당연시했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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