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운전 가해자와 원인 제공자 누가 더 잘못인가

2019-09-17 13:12:31

도로는 운전면허만 있다고 되는 곳이 아니다

“위협운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범죄다. 위협운전을 없애려면 법규와 에티켓 준수부터 이뤄져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요즘 도로에서 보기 힘든 것 중 하나가 감사 표시 수신호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양보하면 손을 들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예를 들어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는 상황이라면, 한 대가 다른 차가 지나가도록 피해 줄 때 먼저 지나가는 차가 손을 들어 감사 표시를 한다. 끼어들 틈 없는 곳에 비집고 들어갈 때 공간을 틔어준 차에 손을 들어준다.

과거에는 선팅을 하지 않은 차가 많았고, 선팅을 한 차도 농도가 옅어서 손을 들면 잘 보였기 때문에 운전자 사이에 의사 전달이 잘 됐다. 요즘은 선팅이 워낙 진한 데다가 전면 선팅까지 해서 손을 들어도 주변 차에서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비상등을 몇 번 깜빡거려 양보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한다. 서로 소통만 잘해도 불쾌한 일은 줄어든다.



얼굴을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오해하기 쉽다. 문자나 메신저, 커뮤니티 게시판 등 얼굴을 보지 않고 소통하는 경우에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심하면 기분이 상하거나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도로도 마찬가지여서 주변 차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힘들다. 손을 들거나 비상등을 켜서 양보에 대한 감사를 전달하거나, 경적이나 하이빔으로 위험 상황을 알리는 정도에 그친다. 결국 자동차는 도로에서 행하는 행동이 곧 의사 표현이 된다.

차의 움직임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면 오해하기 쉽다. 진출로에서 모두 줄 서서 기다리는데 흐름이 원활한 옆 차선으로 달리다가 진출로 끝에서 끼어드는 차들을 종종 본다. 운전이 미숙해서 미리 끼어들지 못해 끝까지 왔는지, 일부러 빨리 가려고 얌체 짓을 했는지 확실하게 알기는 쉽지 않다. 대충 감을 잡을 수는 있지만,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얌체 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오해하고 아니고를 떠나, 상대방의 처지가 어떤지 파악하기보다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여기게 된다.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겪다 보면 상대 차를 적대적으로 대하게 되고 양보와 배려를 하지 않는 삭막한 상황이 벌어진다. 운전자들이 예민해지면 도로 위 분쟁도 늘어난다.



요즘 위협운전(또는 보복운전)이 늘었다. 뉴스에 날 정도로 큰 사건도 일어나고,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크고 작은 사례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예전부터 위협운전은 있었지만, 블랙박스와 CCTV 발달로 노출되는 건수가 많아지면서 체감상 더 늘었다고 느껴진다. 위협운전은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행위다. 특히 위협운전에 그치지 않고 차에서 내려 폭행까지 가하는 행동은 중대한 범죄다. 위협운전은 특수폭행·상해·협박·손괴 등에 해당해 1~10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위협운전 이야기가 나오면 늘 따라 나오는 논란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위협운전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위협운전을 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잘잘못을 따져보면 대부분 가해자가 잘못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협운전을 한 사람이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대방이 법규를 준수했는데도 자신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해서 위협운전을 한다. 분노조절’장’애가 분노조절’잘’해로 바뀐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상대방을 봐가며 자신보다 약하거나 못한 존재라고 판단되면 위협을 가한다. 위협운전 사례를 보면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다.



위협운전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도로에서는 수많은 얌체 같은 행동이 일어난다. 계속해서 겪다 보면 인내심에도 한계가 온다. 양보를 강요당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얌체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정력이 뒷받침 되어야하고, 근절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위협운전에 대한 잘잘못도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 위협운전을 당한 사람이 억울하게 원인 제공자로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하고, 원인 제공자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도에 지나치게 행동했다면 그 또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위협운전이 없어지려면 근본이 바뀌어야 한다. 우선 도로 위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법규 준수는 도로 위에서 가장 잘 소통하는 방법이다. 법뿐만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에티켓도 지켜야 한다. 법대로 원리원칙만 따지면 오히려 주변에 혼란을 유발하기 때문에 도로 흐름과 상황을 봐가며 주변 차들을 배려해야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기본 소양은 갖춰야 한다. 면허만 따고 법규며 에티켓은 모른 채 운전하거나, 그릇된 운전 방법을 소신으로 밀고 나간다면 도로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위협운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범죄다. 일부이지만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도로는 면허만 있다고 되는 곳이 아니다. 서로 간에 소통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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