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5’, 포니 이름 살짝 감추고 45년만 강조한 까닭은

2019-09-17 09:51:23



컨셉트카 ‘45’ – 현대차 최초의 컨셉트가 미래의 컨셉트로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이번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예상대로 미래차의 향연이었습니다. 월드 프리미어 모델들 가운데에도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채용한 모델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개막 이전부터 우리나라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끌던 모델이 하나 있었습니다. 당장 살 수 있는 차도 아닌 컨셉트카일 뿐인데도 그랬습니다. 바로 순수 전기차 컨셉트카인 ‘45’였습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포니를 오마주한 전기차를 만들도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었습니다. 사실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포니라는 말이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연령층이라면, 그리고 그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니라는 이름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포니는 우리나라가 가졌던 최초의 자동차 고유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포니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는 모델 이름에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1974년도에 공개되었던 포니 쿠페의 사진이 어엿하게 등장했었는데 이름에서는 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포니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데에 내부적으로는 껄끄러움이 없지 않았던 점이 아직도 발목을 잡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확인하기 전까지 추측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경우에는 고유명사인 포니보다 45년이라는 연조를 강조하는 것이 더 옳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는 아직도 현대차를 괜찮은 가성비와 품질로 일본차를 대신할 수 있는 신흥 브랜드 정도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세계 1위의 전기 전자 회사인 삼성을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45년이라는 연륜을 미래를 제시하는 컨셉트카와 함께 연결시키는 접근법은 ‘한국=자동차 신흥 국가’라는 이미지를 특히 미래에 중요한 잠재 고객인 젊은이들로부터 벗겨내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유럽은 특히나 연륜과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헤리티지는 매우 중요한 브랜드의 가치입니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으로 유럽 시장에 도전할 때는 포드에서 차를 배운 신생 브랜드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연륜도 적잖이 쌓였고 미래차 분야에서는 어차피 출발선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넌지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바로 이번 ‘45’인 셈입니다. 그리고 시장 규모와 대량 생산으로 거세게 도전하는 중국 브랜드들과는 연륜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 브랜드들의 구체적인 행보가 인상적이었던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보입니다.

우리 고유 모델인 포니와 포니 쿠페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리드하던 이탈디자인에서 디자인했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현대차의 고유 모델인 포니의 디자인 품질은 일단 인정을 받는 셈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탈디자인은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람보르기니와 아우디가 전체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즉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전문 기업 산하에서 여전히 현역인 디자인 하우스라는 뜻입니다.



물론 브랜드와 제품에게 스토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45’에게는 아주 강력한 팩트 한 방이 있었습니다. 바로 800볼트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아이오니티(Ionity)입니다. 현재 800볼트 초고속 충전을 상용화한 모델은 포르쉐 타이칸이 유일합니다. 유럽에서 800볼트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 네트워크인 아이오니티는 포르쉐와 아우디를 포함한 폭스바겐 그룹, 다임러 그룹, BMW, 포드 등 유럽에 기반을 가진 브랜드들의 독점 회사였습니다. 여기에 현대차가 비유럽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주주로 참여하게 된 겁니다.

여러 면에서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 약진중입니다. 그리고 현대의 컨셉트카 ‘45’는 현대의 미래차 비전을 한 몸에 담은 새로운 컨셉을 제시하였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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